테크-엘리트들이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까닭은? / Nathan Schneider

테크-엘리트들이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까닭은? / Nathan Schneider / Jan 6, 2015

기사 원문은 다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vice.com/read/something-for-everyone-0000546-v22n1

실리콘 밸리가 여지껏 우리에게 해준 게 별로 없다는 듯이 이젠 모두에게 돈까지 내어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처음 이런 조짐을 발견한 건 작년 여름날 저녁,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의 구글 플렉스에서 몇 마일 떨어진 해커스페이스에서 열린 가상통화 덕후들 모임에 나가 앉아있을 때였다. 누군가 비트코인을 뒤이을 유망주의 보안상 문제들에 대해 열거하고 난 뒤에, 경제 블로거 스티브 랜디 월드만Steve Randy Waldman은 ‘경제보안을 꾀한다는 것’에 대해 말하기 위해 일어났다. 말의 서두에서 그는 자신이 보편적 기본소득의 지지자임을 밝혔다. 누구나 정기적으로, 또 조건없이 꽤 많은 돈을 받아야만 한다는 아이디어였다. 앞에 줄지어 앉아있던 통화(currency) 해커들은 노트북에서 눈을 떼고 그를 힐끗 올려다보더니, 그 뒤로 다시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 날 월드만이 완전히 다른 주제에 대해 발언했던 것임에도, 질의응답 시간 내내 기본소득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것을 실행하기까지의 난제들과, 실행되고 난 뒤에 사람들이 과연 계속 일을 해나갈까, 하는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그 무렵, 나는 테크-엘리트들보다는 좀 더 예상이 가능했던 이들로부터 기본소득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들어오던 바였다. 예를 들면 인류학자이자 무정부주의자인 데이빗 그래버 David Graeber의 추종자들과 사회주의 잡지 쟈코뱅Jacobin의 편집자들이 그러했다. 이렇듯 그 아이디어는 확실히 좌파들을 끌어당기는 구석이 있었다. 모두를 아우르는 사회복지 시스템, 단지 살아있어줘서 고맙다며 쥐어주는 현금, 경멸하는 직장을 박차고 나와 서핑이라도 하며 놀 수 있는 기회.

기본소득은 레닌주의자와 자유주의자의 가슴을 동시에 따뜻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기묘한 정치적 개념임이 드러났다. 또 기본적으로 로우-테크 성향의 제안이지만,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버릴 수 있는 단순하고 우아한 알고리즘을 갈망하는 하이-테크의 실리콘 밸리로서도 여기에 끌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아이디어의 지지자들은 가능한 결과들을 다음은 같이 나열한다. 이는 그 어떤 요식 체계를 생략하고도 가난과 불평등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돈과 더 적은 일을 통해 우리는 심지어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탄소를 좀 덜 뿜어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기본소득은 요새 테크-엘리트들 사이에서 상당히 많이 회자되어왔다. 초대형 투자자이자 Netscape의 창시자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은, 이를 ’정말 흥미로운 아이디어’라 여긴다고 뉴욕 매거진에 밝혔고, Y Combinator의 샘 알트만 Sam Altman은 기본소득의 실행은 ‘당연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Union Square Ventures의 벤처 투자가 알버트 벤거Albert Wenger는 2013년부터 자신의 블로그에 기본소득 관련 포스팅을 해오고 있다. 그는 자기 회사가 자금을 지원하는 똑똑한 앱들, 언어를 가르치고 차를 불러주기도 하는 그것들이 다운로드될 때 마다 기존 일자리를 내쫓아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기존에 인간이 해온 많은 일들을 기계가 대체할 시대의 시작점에 우린 들어섰습니다.” 지난 8월 벤거가 내게 말했다. “어떻게 해야 사회가 부를 지닌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로 걷잡을 수 없이 나뉘는 걸 막을 수 있을까요?” 그는 디스토피아적 환상의 나라 같은 디트로이트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해볼 것을 제안했다.

싱귤래리티 대학 Singularity University은 근본적으로 기계가 인간보다 뛰어나거나 곧 그렇게 될 것이라는 신념을 바탕 삼아, 실리콘 밸리 내부에서 일종의 신학대학과도 같은 역할을 맡고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런 신념은, 이 미래의 사태로부터 이익을 취할 이들 사이에서 계속 자라나고 있다.이 교육기관의 공동 창립자이자 의장인 피터 다이아맨디스Peter Diamandis는 지난 6월, 기술이 초래할 실업이라는 난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산업 전문가 동료들을 소집했다.

“로봇이 할 수 없으리라 생각하는 일을 뭐든 내게 말해봐요. 그럼 내가 로봇이 실제 그 일을 하게 되기까지 걸릴 시간을 말해줄테니.” 젊은 이탈리아 사업가 페데리코 피스토노Federico Pistono는 내게 이렇게 딴지를 걸어왔다. 그가 이제껏 이뤄온 업적 가운데는 <로봇이 당신의 일자리를 훔쳐갈 테지만, 괜찮아요Robots Will Steal Your Job, but That’s OK>라는 제목의 저서의 출간도 포함돼있던 터였다. 싱귤래리티 대학 안에서 그는 기본소득의 주요 지지자 중 하나였고, 기술경제가 뒤처진 환경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난과 맞서싸울 수 있는 힘을 보여준 최근 인도에서의 기본소득 실험들을 언급했다. 이후 다이아맨디스는 그런 잠재력이 놀라웠다고 밝혔다.

자유주의자 성향의 투자자들이 드글거리는 곳에서, 아무런 조건이 없는 돈에 대해 그처럼 열광적인 반응이 터져나오리라 예상치 못했던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업가들 부류에게 있어서 복지란 반드시 제도를 필요로하는 것만은 아니다. 싱귤래리티 대학 모임의 참가자 가운데는 HowStuffWorks.com의 창시자 마쉘 브라이언Marshall Brain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만나Manna>라는 제목의 중편소설을 게재해 나름대로 기본소득의 전망을 내다보고 펼쳐보였다. 이 소설은 자기의 패스트푸드점 일자리를 로봇에 뺏긴 한 남자에 대해 이야기인데, 그는 결국 선지자와도 같은 어느 스타트업 CEO가 호주 오지를 갈고 닦아 세운 기본소득 유토피아에서 구원을 얻게된다. 그곳에서 기본소득은 사람들이 벤처 프로젝트들을 나름대로 꾸려보게끔 자유시간을 마련해주며, 테크 문화가 꿈꾸는 기업가들의 사회를 만들어가도록 하는 기반이 되어준다. 앞서 등장한 경제 블로거 월드만은 기본소득을 “만인의 벤처 자금”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사무직 업무를 자동화시키는 소프트웨어를 구축해 큰 돈을 번 서른 살의 투자자 크리스 호킨스Chris Hawkins는 소설 <만나Manna>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자사 웹사이트에 관료제-킬러로서의 기본소득에 대해 블로깅하기 시작했다. “소득재분배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위해 정부에서 실행 중인 프로그램들을 중단해보는 겁니다.” 그가 내게 말했다. 공영주택, 식량원조, 의료지원 그리고 기타등등을 전부 잠깐 치워두고 얼마 안되는 현금지급으로 대체해보자는 것이다. 이로써 기본소득을 외쳐대는 (부자) 기술 투자자들이 대체로 그들 스스로 (더 많은 세금을 통해) 자금을 대는 것보다는, 오히려 지금 복지제도로부터 수혜를 받고있는 빈민들이 모두를 위해 비용을 부담해주는 쪽을 선호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어디로부터든 그 비용이 마련되어야겠죠. 그걸 끌어오기에 제일 마땅한 곳은 지금 정부가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들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식의 생각은 워싱턴에서 세를 얻고있다. 찰스 코스Charles Koch의 기업친화적 자유지상주의 싱크탱크인 카토 연구소는 지난 8월 기본소득에대한 찬반 입장을 다룬 에세이들을 연달아 발표했다. 같은 주에 아틀란틱 지에는 “기본소득의 보수적인 측면”을 다룬 기사가 실렸다. 기본소득이라는 게 사실상, 연방정부의 복지 프로그램들을 각 주에 대한 현금지원으로 대체하자는 공화당원 폴 라이언Paul Ryan의 계획이 논리적으로 확장된 개념임을 넌지시 주장하는 글이었다. 폴 라이언의 그 계획이란 건 자칭 “아이디어의 정당”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공화당이 최근에 밀고 있는 것이었다. 기본소득이 권력의 중심부에서는 여전히 논의되지 않고 있지만, 공화당원들은 그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가까이 그 아이디어를 끌어오고 있다.

카타르에 위치한 조지타운 대학의 외교대학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는 칼 와이더키스트Karl Widerquist 교수는, 고등학교 시절인 1980년대 초반부터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설파해왔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지금 미국 기본소득 행동의 세 번째 물결 안에 속해있다. 첫 번째 물결은 양차 세계대전 사이의 경제 위기 때였다. 두 번째 물결은 60-70년대로, 밀턴 프리드먼 같은 자유주의 영웅들이 부의 소득제(Negative income tax)를 옹호하고, 마틴 루터킹 주니어와 리차드 닉슨이 빈민들을 위한 최저임금 보장에 대해서만 겨우 합의를 볼 수 있었던 때였다. (기본소득의 속성을 어느 정도 내포한 닉슨의 가족부조계획은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는 살아남지 못했다.) 그리고 현재의 물결은 2013 후반, 스위스에서 기본소득을 투표에 부치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입에 오르내릴 무렵 본격화됐다. 위더키스트Widerquist는 이런 새로운 관심을 반기는 한편, 자유주의자들과 테크-엘리트들이 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나는 우리가 기술 혁신이 초래할 실업을 그냥 앉아서 기다리고 있기만을 바란다고 생각지 않아요.” 그가 말했다. 그에게 있어서 기본소득은 다가올 재앙을 대비함이 아니라, 자본 시스템의 착취를 제한함을 의미한다.

좌파 진영에서 이 열광의 물결을 탄 이들 중에는 캐시 위크스Kathi Weeks도 있다. 그는 일면 기성 페미니스트이자 막시스트로, 최근의 저서 에서 기본소득을 주된 제안으로 내놓으며 그것을 조심스레 옹호했다. 기본소득이 너무 적을 경우 고용인들은 일자리를 떠날 수 없을테지만 고용주들은 여전히 임금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많은 기업들이, 노동자들에게 쥐꼬리만한 월급을 쥐어주며 그들이 정부 프로그램들에 의존해 살아가게 하는 월마트의 방식을 따르게 될 가능성이 있다. 노동자들은 조건 없는 돈을 지급 받게 될 테지만, 일터에서 그들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 또한 마주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현재의 복지제도를 죄다 철회하는 방식으로만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해가려한다면 오히려 불평등은 심화될 것이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모였던 돈이 결국 그것을 덜 필요로하는 사람들에게 지급될 것이기 때문이다. 형편없는 수준으로 조달된 기본소득은, 가난에 맞서는 보호벽으로 작동하기는커녕 자신들에게 돈을 주는 누구에게든 더욱 더 의존하게되는 최하층을 양산하게될 따름이다. “기본소득이 자본주의의 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진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위크스는 이미 알아채고 있었다.

실리콘 밸리가 제공하는 다른 모든 쉽고 빠른 해결책들처럼 기본소득도 분명 특별한 점들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우리의 진짜 문제들을 풀어내기에는 부족하다. 더 많은 공동체들이 더 큰 힘을 갖추게 할 대안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여기서의 ‘힘’은 어플리케이션을 가지고 노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를 빚어갈 힘을 의미한다.

실리콘 밸리의 벤처 사업가들이 설계한 기본소득은, 빈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보다는 그들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그것을 가장 필요로하는 이들의 비전과 투쟁을 통해 성취됐을 때에야 그들의 필요를 우선 위함을 보장할 수 있다. 로봇으로 인한 파국의 돌파구를 찾고싶다면, 그런 상황을 초래하고 있는 사람들 손에 맡기는 것보다는 우리 스스로가 더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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