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나의 기본소득” 프로젝트의 20번째 수령자, 아스트리트 로브라이어의 편지

오는 7월에 한국에서는 제 16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가 열립니다.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는 독일 “나의 기본소득”팀의 운영책임자인 아미라 예히아(Amira jehia)와  <일의 문제: 페미니즘, 맑시즘, 반노동 정치, 그리고 탈노동의 상상(근간)>의 번역자인 제현주 선생님을 초청해 특별 세션을 진행합니다.

2016년 현재, 전세계 각지에서 기본소득 실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핀란드와 네덜란드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위한 설계가 이루어지고 있고, 스위스에서는 기본소득법안 발의를 위한 투표가 이루어졌습니다. 또 한국에서는 성남시가 청년배당을 실시해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대다수의 기본소득 파일럿 실험은 정부나 지자체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지금 독일에선 조금 다른 방식의 실험이 진행중입니다.

“나의 기본소득”은 독일에서 진행되고 있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기본소득 실험입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고, 1만 2천유로(한화 약 1500만원)이 모일 때마다 1명씩 기본소득을 받게 됩니다. 현재까지 4만 5700여명이 참여해 46명이 기본소득을 받았습니다. 또한 네덜란드와 미국이 이미 자국 버전의 “나의 기본소득”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스위스와 아일랜드에서도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을까요?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기본소득은  정말 멋진 아이디어예요!”라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연대”의 표현으로 이 프로젝트를 지지한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기본소득을 받고 싶기 때문에 참여했다고 말합니다.

기본소득은 단순한 아이디어입니다.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이 소득은 구체적으로 삶을 상상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어떨까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기본소득을 받게 된 사람들의 편지는 기본소득 수령자들의 삶이 우리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통장 잔고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었고,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일상에 여유가 생겼다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이지요.  그 경험을 나누고자, 20번째 기본소득 수령자인 아스트리트 로브라이어의 편지를 옮겨보았습니다.

 


아스트리트 로브라이어는 20번째 기본소득 수령자입니다. 아스트리트는 자신의 언어교환 파트너와 함께 기본소득 수령자가 되었는데요, 그녀의 기본소득 경험을 들어보세요.

<더이상 사회의 가장자리에 있지 않아도 됩니다>

먼저, 저는 ‘나의 기본소득’ 팀에게 감사해요. 그들이 지치지 않고 이타적인 헌신을 한 덕에, 많은 사람들이 1년 동안 기본소득을 경험하게 됐어요.

제가 조건없는 기본소득을 받는 행운아가 된 지 딱 28일이 되었습니다. 28일 전의 기쁨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습니다. 보통은 일상의 반복 때문에, 혹은 크리스마스나 새해 첫날의 설렘 때문에 이런 기쁨이 사라져버리는데 말이죠.

어릴 때 느꼈던 것 같은 이런 기쁨들을, 이런 오랫동안 잊었던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정말로 기쁩니다. 제겐 큰 선물이었어요.

제가 [저와 함께 기본소득을 받게 된] 언어교환 파트너와 공유하는 이 기분을, 제 주변 친구들에게 말해주었어요. 지금까지는 부정적인 (주로 남성인) 몇몇을제외하고, “아스트리드, 넌 그걸 받을 자격이 있어. 정말 옳은 일이야.” 같은 긍정적인 반응들이었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에 대해서 말했고, 몇몇 사람들은 완전히 새로운 정보라며 감탄했습니다.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에 대해 논의하고 아예 다른 의견들을 듣는 것도 정말 흥미로웠죠.

돈을 받으면 어떻냐고요? 어떤 문을 하나 열고 들어간 느낌입니다. 그 문 너머에는 제가 희미하게나마 알고 있지만 당연하게 생각하고 넘겼던 가능성들, 그리고 제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들이 생겨나는 느낌이랄까요.

이런 흥분과 긍정적인 기분 자체가 많은 기회를 주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가능성에 설레서 내내 고조된 기분으로 일상을 보내거든요. 제가 능력 있고 창의적인 사람이라는 기분이 들고, 이전까지의 경제적 코르셋이 더 이상 저를 구속하는 것 같지 않아요.

많은 기회와 긍정적인 청사진, 가능성들을 떠올리면서 마음이 끓는 기분을 느끼는 건 저를 거의 영원히 기쁘게 할 것만 같아요. 내가 가능성 있고 창조적인 생각을 한다는 느낌은 더 이상 제가 이전처럼 빡빡한 경제적 압박에 휘둘리도록 하지 않습니다.

바로 지금 12월이 기본소득을 받기 가장 이상적일 때예요. 완전히 마음 놓고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에 금전적 스트레스 없이 제 아이들에게 즐거운 휴일을 마련해줄 수 있어요. 선물도 주고요. 실제로는 그렇게 돈이 많지 않더라도 말이죠. 그게 정말 멋진 거예요!!!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저는 기본소득에 대해 긍정적이고, 모든 사람들이 이걸 받아야 한다는 걸, 그리고 그것이 사회적인 변화로 이어질 거라는 걸 확실하게 믿게 되었어요. 사람들은 어릴 때처럼 조건없이 삶의 기본적 요소들을 누리며 평생 살 수 있게 될 거예요. 사람들은 걱정이 없을 거고 그래서 삶이 더 건강해질 테고, 자기 마음과 주변 사람을 돌볼 더 많은 시간을 가지게 될 겁니다. 어느 누구도 사회의 가장자리로 밀려나지 않을 것이고, 모든 이가 각자 어떤 가치를 지니든 사회에 소속될 거에요. 그런 관점들이 기본소득이란 아이디어와 연결돼 있다고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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