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thering_learning] 기본소득 학습모임(1) 후기

2019년 6월 6일 저녁 7시 서울 합정역 모처에서,  김만권의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 를 읽고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아래에 참가자 세 분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혜원:

‘강요된 노동은 하지 않는 삶’에 대해 상상해본다. 무대뽀로 시간만, 허례허식만 투자하지 않고 일의 고삐를 꽉 잡아 처음부터 차근차근 만들어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자부심으로 일을 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를 위해 예술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믿음이 있는 사회, 세상에 태어난 이상 돈이 없어 죽지는 말아야 한다는 의지를 가진 사회, 노력이나 열정만으로 달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돈은 있어야지  더 잘 운동할 수 있다는 합의가 있는 사회에 대해서 상상해본다. 책에서 시작해 각자의 경험과 성향을 공유하며 기본소득이(혹은 기본소득을 쟁취해나가려는 운동의 과정이) 만들 수 있는 세상에 대해서 가볍게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또한 기본소득이 그저 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평등, 권리를 실현하는 제도라는 걸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돈을 얼마를 받아야 하는가? 누구에게 줘야하는가? 하는 질문에 답하며 돈을 중심으로 생각하기보다 기본소득(시민배당)이 실현할 권리라는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걸 반짝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내 동년배들 다 가난하고 아무도 안정적이지 않다. 나 또한 마찬가지지만, 젊고, 원가족이 있고, 장애가 없는 아주 협소한 나의 위치에서만 기본소득을 생각했던 것 같아 좀 더 배포를 키워 크게 생각해보기로 다짐했다. 내 권리를 더 많이 쟁취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

희연:

저는 이 책을 통해 기초자본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았는데 오히려 제가 왜 기본소득을 받고 싶은지 더 생각이 명료해진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씀씀이가 큰 편이고 열심히 일하고 싶은 젊은이의 야망(?)이 없는 편도 아닌 것 같은데 그런 성향이랑 기본소득을 바라는 마음은 별개인 것 같아요. 어쩌면 제 마음 편하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돈을 벌어도 떳떳하고 싶은데 지금 사회에서는 그게 너무 어려워요. 왜냐하면 그 이득이 누군가의 기본권이 착취당하는 연쇄 속에 있으리라는 걸 어렴풋이 인지해서인 것 같아요. 스스로 버는 돈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사실 돈보다는 제가 이룬 성취를 떳떳하게 긍정하려면 사회 성원 모두가 기본소득 정도의 권리 보장을 받고 있는 사회가 되어야 이 애매한 야망(?)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봉기를 일으키기는커녕 그냥 우울증에 걸려버리기 일쑤인 저와 제 나이 또래들의 면면을 만나면 만날수록 이런 데에서 건강하게 스스로를 발전시키며 산다는 일이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을 굳히게 돼요. 암튼 기술만능주의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생각들을 토로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좀 나은 것 같아요.

원더지:

책이 무척 쉽게 쓰여있어서 읽기도, 이해하기도,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좋은 책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부분들을 토론을 통해서 해소할 수 있어서 더 좋았어요.

이번 모임에서 제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기본소득을 단순히 ‘돈’으로만 치환 시키던 저의 편협한 생각이 확장된 것입니다. 우리가 기본소득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될 권리, 잘못된 선택을 했더라도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을 최소한의 안전망 같은 것들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 이전에 하고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을 권리가 우선이라는 점이 제일 기억에 남는 부분이에요. 그동안 제가 기본소득의 ‘소득‘을 돈-화폐-로만 생각해왔다는걸 깨닫기도 했구요.

마지막에 열정적으로 이야기 했던, ‘동년배들 다 가난하다’라는 주제도 좋았습니다. 사회의 문제를 사회가 책임지려 하지 않고 개인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현실에서, 자신의 가난을 말하기란 스스로가 노력하지 않는 인간, 무능한 인간이라 말하는 것과 같아서 목소리를 모으고 단합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조금씩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모이는 것 같아 다행이기도 하고, 통쾌함을 느끼기도 했어요.

기본소득은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 비현실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아 보였는데, 공부를 하면 할 수록 가장 현실적이고, 현실과 제일 가까운 해결 방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시간을 함께 공부하며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