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는 2014년 6월, 몬트리올에서 열린 기본소득 지구 네트워크(BIEN)의 총회에 참가해 해외 기본소득 활동가와 연구자들을 만나고, 인터뷰 했습니다.
기본소득 뉴스를 통해 해외 기본소득 활동가와 연구자들의 인터뷰 영상과 스크립트를 공개합니다.
세번째 인터뷰이는 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개발학 교수이자 기본소득 지구 네트워크(BIEN)의 공동 설립자인 가이 스탠딩 입니다. 가이 스탠딩은 최근에 인도에서 진행된 기본소득 파일럿 실험을 주도했던 연구자이며, 한국에서는 <프레카리아트>의 저자로 알려져있습니다.
(3) 가이 스탠딩
Q. 지금까지 기본소득 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우리는 1986년 기본소득 유럽 네트워크를 설립하면서 시작했습니다.철학자, 경제학자, 사회학자, 활동가 등으로 이뤄진 이들이, 세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가 경제 불안정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인식 아래 모여들었어요. 1980년대 세계화로 인해 벌어진 주된 상황은 그러했죠. 유럽의 낡은 복지제도는 보험료를 내는 만큼만 혜택을 받는 사회보험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가 없었어요. 보험료를 낼 수 없게 된 점점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갑자기 불안정해졌죠. 그들은 아무런 혜택도 돌려받을 수 없었어요. 게다가 이 때 복지제도는 가난한 이들을 대상으로 더 많은 수혜조건을 요구하는 자산조사의 방식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이건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했고, 1980년대 가난과 불평등은 심화되어만 갔어요.
이런 상황에서, 그렇다면 이제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에 대해 한번 논의해보면 어떨까, 말을 꺼냈습니다. 모두에게 적당한 수준의 기본소득을 주는 권리 기반의 접근을 해보면 어떨까? 이건 사람들이 스스로의 삶을 통제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게 할 수 있을 거예요. 다시 말해 모두에게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주는 거죠. 전에 말했듯이(편집자 주: 가이스탠딩은 이 인터뷰 전에 인도의 기본소득 파일럿 실험에 대해 발표했다), 인도 마을들에서 우리가 목격해온 그 능력들을 말이에요.
그 지점이 바로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하게된 동기였습니다. 점차 유럽 바깥의 남미, 한국, 일본 등 각국 사람들이 그게 바로 그들 나라의 현실이라고, 함께 하고싶다고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어요.
2004년 바르셀로나 컨퍼런스에서 이 네트워크의 이름은 “BIEN”으로 바뀌었는데, 이 때부터는 모두를 위한 기본소득 “EARTH” 네트워크가 된거죠.그 때부터 전 세계 멤버들이 늘어났고, 동료들이 여기저기서 멋진 기여를 해왔습니다. 특히 이 일에 연관된 한국인의 수와 더불어 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의 설립은 제게 아주 감명깊은 것이었어요. 존엄한 삶의 필수요소로서 기본소득을 제시하는 일에 쾌활하게 헌신하고 있는 한국인 친구들, 활동가들, 지식인들을 알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다들 알고 있듯이, 한국의 프레카리아트 계급은 전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급격히 불어나고 있어요. 젊은이들, 특히 젊은 여성들이 취약하고 불안한 상황에 놓이고 있죠. 수많은 이들, 특히 젊은이들은, 그들이 불안정한 일자리를 갖고 불안정한 생활을 하며 매순간 불확실성 속에 살아간다는 점에서, 그리고 내일 당장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알 수가 없다는 점에서 위태로움을 느끼고 있어요.
제가 책에서 썼던 표현은 “알려지지 않은, 알 수 없는 것들/사람들(unknown unknowns)”이에요. 내일 당장 사고로 차에 치이기라도 하면, 악성부채(bad debt)는 지속불가능한 부채(unsustainable debt)가 되어버리겠죠. 이제 사람들은 불안정성과 부채라는 짐을 벗어버릴 수가 없게 됐습니다. 그러자 많은 나라들에서 사회적 병리현상, 자살, 약물중독과 같은 반응들이 터져나왔어요. 이런 결과들을 가지고 각국 정부들이 마치 그게 프레카리아트 삶의 원인인냥 들먹이고 있다는 점에 전 정말 화가 납니다. 술이나 먹고 약이나 하고 자살까지 하는 저 젊은 애들, 걔넨 그래서 안된다고 비난들을 하는 거예요.
여기에 대해 우린 분노해야만 합니다.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건 불안정한 노동 공급을 원하고 또 거기에 의존하는 세계 자본주의의 체계적인 상황, 체계적인 요구이기 때문이에요. 이 상황은 사람들이 일자리가 자주 바뀌고, 떠돌아다니고, 실업상태를 받아들이고 재시도하며 영원한 진부화의 삶, 영원히 위태로운 삶을 좇도록 합니다. 인간 삶의 위기에 분명히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이런 상황을 21세기 사회의 기본상태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합니다.
부모님과 조부모님 세대는 경제체제를 쌓아올리기 위해 부단히 일했는데, 그 결과는 한국, 영국, 어디에서든 소수 특권층만이 엄청난 액수의 돈을 벌어들이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지대(rent) 추구자들이에요. 이미 갖고 있는 부를 통해 점점 더 많은 몫을 차지해가죠.
프레카리아트의 경우 임금은 삭감되거나 불안하게 요동치고, 이윤을 남길 방법이란 없으며, 연금이라니, 그런 건 그림의 떡일 뿐인데 말입니다. 그러니 우린 새로운 소득분배 시스템을 위해 싸워야합니다. 당신과 나를 비롯한 모두의 부모님들과, 또 누군지 모르는 이들에 의해 축적되어온 소득을 나눠받을 권리가 누구에게나 주어질 새로운 시스템을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부를 누가 만들어낸 것인지 아무도 알진 못해요. 하지만 모두에게 기본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기본에 대한 보장없이 사람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누구나 무엇인가를 얻게 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를 위해 기본소득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해야만 해요. 공동체와 공유, 가족에 대한 더 나은 감각이 자라날 겁니다. 제가 알기로 유럽에서와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한국사회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온 많은 것들이 나아질 거예요. 나도 상대 입장에 처할 수 있고, 상대도 내 입장에 처할 수 있다고 여기는 전통적인 나눔사회에서처럼 말이에요. 우리는 공감에 대한 감각을 갖춰야만 합니다. 저의 새 책도 공감의 필요성에 대한 것이에요. 모르긴해도 분명히 한국에도 그걸 지칭하는 단어가 있겠죠.
우리 모두는 기득권층과 정부당국에 “우리가 커져가는 불평등, 불안정성과 위태로움을 참고 견딜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외치기 위해, 프레카리아트와 프레카리아트가 될까 두려운 이들을 위한 투쟁에 함께 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우리가 있다고, 우리는 기본소득을 하나의 권리로서 요구하고 있다고 외치는 겁니다.
제 생각에 이 운동은 경제안정을 위한 싸움인 동시에 사회정의를 위한 싸움입니다.
이것이 BIEN을 설명하는 전부입니다.
Q. 한국의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프레카리아트 계급에 속한 이들은 대체로 봉급생활자들보다 훨씬 열심히 일해야합니다. 원치 않는 많은 업무들이 그들에게 주어지죠. 그들은 대체로 적은 돈을 받으면서, 완전히 풀타임으로 일해야 하는데, 그들 노동의 많은 부분에 돈이 지급되지 않아요. 돌봄노동과 같이, 여성들이 하는 많은 일들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일자리를 찾고, 직업훈련을 더 받고, 정보망을 구축하는 것처럼 시간을 잡아먹는 많은 일들 또한 여기에 포함돼요. 이런 환경 속에서 돌봐야 할 아이가 있고, 또 빚이 있고, 정보망도 구축해야된다면 당연히 아무런 시간도 낼 수가 없을 거예요. 어떻게 시간을 잘 써야 가난과 불안정함에서 벗어날 지 모르겠는, 이른바 ‘프레카리아트화’ 되어버린 정신 상태로 인해 많은 이들이 고통 받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 저는, 할 수만 있다면 힘을 갖추기 위해, 또 어떤 움직임에든 동참하기 위해 노력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니까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의 투쟁은 바로 그 사실을 모두에게 이해시키기 위함입니다.
지난 3년 간의 모든 운동과 저항 속에서 벌어진 가장 멋진 일들 가운데 하나는 어떤 깨달음이 있어왔다는 거예요. 아침에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전 더 이상 실패자라는 이유로 스스로에게 미안해하지 않습니다. 거울 안에서 나와 같은, 또 당신, 당신과 같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보기 때문이에요.
우리 모두는 하나의 집단적인 경험의 일부입니다. 같은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친구들, 이웃들, 공동체 구성원들 속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고 다같이 힘을 합칠 때에만 이 불안정성과 위태로움을 극복할 수 있어요.
이 인터뷰 발언을 듣는 모든 이들, 우울해하고, 스스로를 소외되고 하찮은 존재라 느끼고, 심지어 자살충동까지 느끼고 있을 지 모를 모든 이들에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러지 말라는 겁니다. 강하다고 느껴보세요. 우리 모두는 인간사의 일부라는 것을 깨달음으로써 강해집니다. 우린 그 강함을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 친구들, 친척들에게 빚지고 있어요.
그러니 투쟁에 동참하고, 조직하세요. 움직임에 함께 하세요.저는 30년 동안 이 투쟁에 몸담아왔는데, 우리가 인도에서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지와, 또 거기서 목격해온 일들에 겸허함을 느낍니다. 사람에게 희망이 주어지면, 스스로 회복해서 자신을 위한 삶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걸 이젠 알아요. 그 이후로 삼,사십 년의 인생을 쌓아 올려가는 것도 가능해지죠.
그러나 먼저 투쟁해야만 합니다. 아무것도 쉽게 이뤄지진 않아요. 이건 적극적인 정치 참여와 적극적인 조직화의 문제에요. 어려운 일이란 걸 압니다, 어려운 일이란 걸 알아요. 깨지고 박살나기를 계속 해야만 하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여기에 대해 저는 힘을 갖추라고 말씀드릴 수 밖엔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어떤 힘을 갖추고, 자신이 이해한 경험을 다른 이들과 연관지을 수 있을 때에만 비로소 희망이 생겨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한국 친구들에게는, 한국 프레카리아트 계급의 경험에 연대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또 지금 기본소득을 위해 일하고 이는 이들에게 연대감을 느낍니다.
이 일에 뛰어들어 이상을 위해 투쟁하고 헌신하는 일이 용기를 필요로한단 걸 잘 알기에, 여러분 모두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행동하면, 그것이 우리 삶에 무엇인가를 가져다주리란 걸 우린 알아야해요. 정말 그렇습니다.
그 긴 여정은 중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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