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테이블: 기본소득으로 ‘가족’의 정상성 질문하기> 종합토론 및 마무리

참여자: 김신아(BIYN 보스턴피플팀), 김주온(BIYN), 김혜미(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전정례(은평주거복지센터)


발표 소감

주온: 세 분의 패널 분들이 이번 발표를 준비하며 발표에는 담지 못했던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다른 발표자 분들 이야기를 어떻게 들으셨는지 먼저 한 분씩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신아: 생각을 깊게 하지는 못했지만. 저는 성폭력상담소에서도 활동하면서 어떻게 보면 부업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일/생활 분리가 아니라 활동/활동 분리와 활동/활동 균형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온: 워라밸이 아니라 활동/활동 밸런스가 안 맞는 상황에서 발표를 준비해주신 것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씀드리고요.

혜미: 저는 기존 복지제도가 가족 중심인 것에 대한 어떤 불만, 혹은 이것이 사회를 더 낫게 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계속 있었고요. 그래서 올해 처음 가족구성권에 대해 같이 공부도 하고, 제가 사회복지를 전공했지만 기본소득의 개념을 정확히 공부한 적은 많지 않아서 그것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기본소득만으로는 안 되는 게 많아 보이는 거예요. 왜냐면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개인이 존엄하게 살 수 없는 사회라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죽을 수밖에 없는 사회, 노인이 계속 빈곤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사회, 내가 동성커플이라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고 사회적 합의가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존재 자체가 지워지는 사회에서, 기본소득이 주어진다고 해서 이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더 좋아질까-물론 좀 더 윤택해질 수는 있겠지만 얼마나 인정받고 이 사회 안에서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계속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족구성권과 기본소득이 함께, 아까 보여드렸던 열차에 타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게다가 지금 이런 기본소득이 주어졌을 때조차도 현행 복지제도에서 이것을 수용할 수 없는 풀이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연결해서 어떤 블록을 빼고 채우는 과정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계속 드는 것 같습니다.

Continue reading “<라운드테이블: 기본소득으로 ‘가족’의 정상성 질문하기> 종합토론 및 마무리”

[보스턴피플팀] 생활동반자법 캠페인: 2020년까지 생활동반자법 제정하라!

생활동반자법의 국내 도입을 위해 활동하는 BIYN 보스턴피플팀은 2019년 10월 동안 캠페인 연계형 세미나 ‘생활동반자법 알고 만들고 행동하기’를 진행했습니다.

총 4회차로 구성된 세미나는 생활동반자법을 법제도적, 문화적으로 다각도로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국내외의 여러 자료들을 읽고, 토론하고, 직접 법안을 구성해보는 것까지 함께해보았는데요, 마지막 회차에는 세미나 참가자분들과 함께 후속 활동인 캠페인을 기획하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생활동반자법의 필요성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Continue reading “[보스턴피플팀] 생활동반자법 캠페인: 2020년까지 생활동반자법 제정하라!”

기본소득과 가족구성권 (김신아, BIYN 보스턴피플 팀)

시작과 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BIYN, 한글로는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라는 단체의 보스턴피플 팀에서 활동하는 김신아입니다. 저는 오늘 저희 보스턴피플 팀에 대해서 먼저 설명을 드리면서 시작하려고 하는데요. 

BIYN은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개인들의 네트워크입니다. BIYN에서는 기본소득 법제화나 재원 마련 방안 등 정책이나 제도화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기본소득이 있다면 어떤 삶이 가능해질 것이고 우리는 어떤 삶을 만들어 가고 싶어할지처럼 삶의 양식과 관련된 활동을 조금 더 많이 하는 곳입니다. 

BIYN에서 활동하는 많은 분이 여성이기도 한데, 이들 중 친구들과 같이 살고 있는 여성들이 있거든요. 저도 친구 둘과 살고 있고, 보스턴피플 팀의 다른 분들도 같이 살고 있는 분들이에요. 이분들이 30대, 즉 결혼 적령기라고 불리는 나이가 되자 결혼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게 되고, 사회에 대한 의문이 우리의 문제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친구와 잘 살고 있는데 계속 이렇게 살면 안 되는 것인지 질문을 던지면서 이 생활동반자법의 필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하는 보스턴피플 팀을 만들게 됐습니다. 

기본소득과 생활동반자법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고 계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기본소득이 있었으면 한다고 얘기하는 이유는, 기본소득이 어떤 자격도 심사도 없이 자신의 자율성과 존엄성을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제도이기 때문이잖아요. 그 지점에 매료된 저희들이었기에 왜 결혼을 해야 하는지, 왜 그런 제도에 제약 받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하는 의문이 당연하게 따라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활동하면서 이런 생각을 조금 더 구체화할 수 있었는데요.

Continue reading “기본소득과 가족구성권 (김신아, BIYN 보스턴피플 팀)”

기본소득과 월세살이 (전정례, 은평주거복지센터)

시작과 소개

안녕하세요, 전정례입니다. 이렇게 학술적인 행사인지 모르고 쉽게 “재밌겠다, 하겠어요” 했는데 연구자 분들이 발표하시는 것 보니까 당황스럽더라고요. 저는 주거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거권과 가족구성권, 내가 원하는 누군가와 함께 살도록 선택할 권리에 대해 연결 지어 활동하거나 상상을 많이 해왔는데요. 솔직히 그것을 기본소득과 연결 지어서 생각해본 적은 없었어요. 기본소득에 대해서 같이 일하시는 분이랑은 종종 ‘기본소득 되면 진짜 좋겠다, 기본소득 되면 은평주거복지센터 없어져도 되겠다.’라는 얘기를 했는데요. 저희가 하는 업무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센터를 찾아오시는 내담자 분들이 ‘이 (복지)기준에 부합하는가 아닌가’에 대한 자료를 준비하고, ‘죄송하지만 수급자 증명서를 가져와주세요’라는 요청을 반복하는 거거든요. 그러니 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이 지치잖아요? 그래서 기본소득 되면 이런 게 다 없어져도 되겠다, 좋겠다 하는 정도로만 상상했어요. 

발표를 구성하면서는 세션의 기본 취지가 ‘기본소득으로 가족의 정상성을 질문하기’잖아요. 저는 오히려 역으로 가족구성권으로 기본소득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부터 제 뇌피셜과 상상을 여러분과 나누고, 라운드테이블이니까 또 같이 얘기를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Continue reading “기본소득과 월세살이 (전정례, 은평주거복지센터)”

정상가족 바깥의 복지 현장과 기본소득 (김혜미,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시작과 소개 

안녕하세요, 소개받은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김혜미라고 합니다. 저희 단체는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시민사회단체이고, 사회정책 개혁 운동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현장에서 어떻게 정상가족 바깥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어떤 복지적 변화가 필요하고 이들에게 기본소득이 지급되었을 때 어떤 새로운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을지 같이 논의하고 질문 나눠보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저는 오늘 정상가족 바깥의 복지 현장과 기본소득에 대해 얘기할 예정이고요. 

복지로 사이트 구경하기

먼저 한 사이트에 대해서 소개하고, 간단히 보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복지로(http://bokjiro.go.kr)’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사회 정책들을 모아 놓고, 내가 어디에 해당되고, 내가 어떤 사회 보장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그것을 클릭해서 들어가면 볼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 이 사이트에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픽토그램으로 이것들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저는 이 그림 자체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고착화하는 그림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이곳에 들어갔을 때 자기의 연령, 생애주기를 체크할 수 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청년이면 청년, 여성이면 여성, 노인이면 노인, 장애인이면 장애인 이런 식으로 체크할 수 있는데요. 현재 시스템상으로는 이것들을 동시에 체크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여성이면서 청년일 수는 없고, 청년이면서 장애인일 수는 없는 것이죠. 제가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 이유가, 지금은 단순히 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 정책만 필요하고, 청년이기 때문에 청년 정책만 필요한 사회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것들을 변화시키고 대안적인 생각을 열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끼고요. 이미 내가 어떤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들어가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부터 현재의 가족 정책이나 현재의 가족 모델로써만 규정되어 있는 것이 변화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사이트에 들어가서 체크해봅시다. 만약 제가 청년으로 들어갔어요. 그러면 그런 질문들이 나옵니다. “금전적으로 어려움이 있으신가요? 건강에 어려움이 있으신가요? 한부모이신가요? 임신을 하셨나요?” 그러면 이렇게 체크, 체크 해서 들어가면 결과적으로 내가 어떤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목록이 뜹니다. 임대주택이라든지, 장애연금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쫙 뜨는데요. 마지막에 이것들을 받았을 때 내 삶이 어떻게 변화되는지에 대한 사례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사례가 굉장히 재밌습니다. 

저는 이 사례를 보고 빵빵 터지는데요. 제 나이가 올해 만으로 스물다섯인데요, 그러니까 25세를 체크하고, 청년을 체크하고, 나는 집이 없고 건강하지 않고 돈이 부족하다고 체크해서 나온 결과 중 하나인데요. 이런 게 나옵니다. 전셋값을 얘기하면서 “맹자 엄마의 비법”, 이게 심지어 복지로 사이트에 나와 있는 실제 홍보물입니다. 당연히 집은 교육을 위한 곳, 그리고 학부모의 의욕을 불태울 수밖에 없는 이런 예시가 뜹니다. 그러니까 기존 주택 전세 임대를 가도 그냥 내가 오랫동안 편안하게 살 수 있고 나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어떤 사례가 아닌, 맹자 엄마가 아이를 위해서 학군이 좋은 곳을 찾아다니는 사례가 복지 정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사례죠.

하나 더 기가 막힌 사례가 있습니다. 이제 이건 또 제가 여성으로 들어갔을 때입니다. 보십시오. “즐거운 우리 집으로 놀러오세요”, 그래서 일단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 감지가 됩니다. 이게 되게 재밌어요. “미소를 찾아준 그 이름 국민 임대주택”, “전세 계약이 다가온 박ㅇㅇ씨”, 이렇게 해서 집이 없어서 걱정인데 제가 똑순이 아내가 돼야 하는 거죠. 똑순이 아내가 환하게 웃으면서 말합니다. “여보, 이제 집 걱정 안 해도 돼.” 그런데 저는 이게 지금 명확하게 복지 정책이 여성에게 부과하는 모습이라고 보고요. 그러니까 이미 아내는 집에서 놀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까 집에서 내내 집을 찾아본 거죠. 그리고 남편이 이렇게 시름시름 앓아서 아, 너무 일이 피곤해서 힘들게 집에 왔더니 똑순이 아내가 짠, 집 여깄어. 복지 정책을 이렇게 보여줄 수밖에 없는 현장이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고착화하고 있고, 지금의 어떤 정책가는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다른 이야기를 보면 아주 재밌습니다. 뭐, “치킨 한 마리”, 언제 적 얘깁니까? 치킨 한 마리 들고 오는 아버지. 이 모든 게 진짜 언제 적 얘깁니까? 이런 얘기가 아직까지도 ‘복지로’라는 수억이 들어간 사이트에 사례로 들어가 있다니. 우리가 변화해야 할 모습이 아닌가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이트라고 생각합니다.

1인 가구는 계속 증가하고 1인 가구는 지속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국가에서는 계속 가족을 형성하기를 원합니다. 계속 아이를 낳고요. 앞서 살펴본 첫 번째 사례는 아이가 있다는 전제죠. 집에 학령기 아이가 있다는 전제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이미 부부가 된 상태를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금 어떻습니까? 1인가구 수가 매우 확정적으로 늘어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 보여드린 두 상황은 20~30대, 혹은 30~50대까지의 얘기지만,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의 노인 중 1인가구가 절반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굉장히 많은 거예요. 그런데 이분들이 혼자 사는 것만 문제가 아닙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세계 1위입니다. 46%고, OECD의 거의 서너 배에 육박하죠. 그러니까 지나가는 어르신 두 분 중 한 분이 빈곤 상태인 거예요. 그런데 노인에 대한 어떤 이상적인 생각이나 상상을 할 수 없도록 이미 복지 정책에서부터 그런 규범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또한 2047년이 되면 10집 중에 7집이 1인가구~2인가구 정도밖에 안 되는데요. 우리가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를 이런 통계 자료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일인가구 증가 얘기는 계속 드렸는데, 이렇게 확 는다는 얘기입니다. 2017년에는 500만 가구였는데 800만까지 는다는 거죠. 그런데 이게 늘어나는 것만 문제가 아닙니다. 이게 지속될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1인가구로 만족하고 2인가구로 살고 싶은 욕구는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거예요. 그런데 여전히 저 복지 정책들은 2인가구 이상의 것만 상상하고 그들에게 적합한 복지 정책만 마련된 상황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빈곤의 책임을 가족에게 묻고, 복지 정책은 죄다 신청주의고, 맞춤형 복지는 그냥 공급자에게 편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냥 이렇게 상상하는 거죠. ‘아, 저 집은 4인가구니까, 저 집은 2인가구고 집이 필요한 신혼 부부니까.’ 그래서 이런 식으로 공급 자격을 맞추고, 결정적으로 모든 복지 정책이 지금은 가족, 가구 중심의 복지 정책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맞춤형’ 복지는 ‘공급자’ 맞춤형

그래서 이제 이렇게 해 놓고선 뭘 하겠다는 건지, 뭘 바꾸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고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지금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거의 46, 48%에 육박하는 상태이고  저는 기초 연금 관련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수급자 어르신들을 현장에서 많이 만나는데요. 이 분들의 삶이 녹록지 않다는 것은 다 아실 겁니다. 그래서 저는 왜 가장 힘들고 아픈 곳을 보지 않고 계속 복지 정책들은 신혼부부 위주, 학령기 자녀가 있는 가족을 위주로 하는지에 대해서 계속 묻고 싶습니다.

발생하는 문제점들

게다가 이렇게 가족 중심, 가구 중심 복지 정책들이 있다 보니 굉장히 좋은 제도들이 들어와도 이를 다 수용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대표적으로 지금 서울시에서 하고 있는 청년수당, 경기도에서 하고 있는 청년기본소득, 노인기초연금의 문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청년수당의 경우는, 서울시에 있는 모든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그 청년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청년수당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나 수급 가구에 있는 사람들은 받지 못해요. 내가 그냥 국민 기초생활수급자 가구이기 때문에 못 받는 겁니다.  어떤 종류의 기본소득이 들어와도 지금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복지 정책들 간의 연결 고리가 끊어져야 하지 않을까 말씀드리고 싶고요. 

두번째,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을 보고도 깜짝 놀랐습니다. 이것도 지금 만 24세이고, 경기도 거주 기간만 충족하면 모두에게 주겠다고 얘기했지만 이것 역시 수급자의 경우 수급비 중지 또는 감소할 가능성이 있고, 복지 담당자에게 상담을 받으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지금 내가 생계 수급 가구이기 때문에, 그 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내 친구는 받고 내 옆에 있는 동료는 받는 이 기본소득을 받지 못하거나, 기본소득을 받으면 생계 급여에서 그 기본소득만큼 감액 당하는 일이 생기는 거죠. 

그런데 청년 시기에만 이러는 게 아닙니다. 기초 연금도 똑같이 이러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이라고 무조건 지급받고 충분하게 지급받는 게 아닌 것이죠. 내 삶이 나아지기 위해 받는 복지 정책에 구멍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왜 존재할까 생각해보면, 생계 급여를 받는 가구 안에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도 있고, 지금 개인에게 주는 것보다 가족에게 주는 것을 훨씬 더 편하게 생각하는 기반이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족구성권과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이유

앞서 여러 가지 빈곤 상황이나 문제점들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저는 기본소득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모든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느끼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이나 청년을 만나면, 물론 이런 정책 덕분에 내가 과일을 사먹는 등 생활이 좋아지는 질적인 측면이 있지만, 저는 이게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 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오늘 얘기하는 가족구성권과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이유는, 첫 번째 일단 내 삶에 새로운 시나리오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원치 않았던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청년들이 가족과 함께 살아야 하고, 내가 어떤 집에 매여 있어야 하던 것을 끊어내고 내가 원하는 방향의 삶을 살 수 있는 권력이 생긴다는 겁니다. 

노인의 경우에도 기본소득을 통해 쪽방에 살지 않을 권리, 더 나은 주거를 영위할 권리를 얻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이런 새로운 시나리오가 내 삶에 생겼을 때 분명히 사람들의 삶의 질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 방법이 자본주의를 바꿀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원 마련 측면에서도 여러 가지 제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탄소세라든지 토지 배당 같은 방법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를 바꿀 수 있고, 모든 사람이 개인에게 평등을 줄 수 있는 권력이 생기는 것이기에 기본소득을 지지합니다.

아무도 해결하지 않는다면 지금 우리 중 절반의 나중

그런데 이런 문제를 다 알고 있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모두 아는데 아무도 해결하지 않는다면, 지금 우리 중 절반은 결국 이렇게 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노인빈곤율 통계 참조). 그래서 이런 미래가 없는 사회에서 어떤 것을 상상하고 무엇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자꾸 생깁니다. 계속 가난을 증명하고, 빈곤을 증명해야 하고, 내가 어떤 것들을 받지 못하는 상황들은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적 배제의 감각을 준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가족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잖아요. 내가 의료 보호자도 될 수 없고, 어떤 관계에 대해 증명할 수 없는 사회이기 때문에, 이 자체가 사회적으로 가족이 없는 사람들이나 빈곤한 사람들을 계속 사회 밖으로 떠미는 힘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가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불 보듯 뻔한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는 사회

게다가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습니다. 지금 어르신 중에 말씀드렸다시피 절반 이상이 독거 노인으로 살고 계시고, 그 독거 노인의 대다수는 빈곤 상태입니다. 그런 경우 정서적으로 기댈 사람도 없고, 경제적으로 곤란할 때 가족 외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는데, 가족이 없는 거죠. 또 생활이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는 거죠. 그러니까 아무도 이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주지 않는 겁니다. 즉 내가 지지하고 나를 돌봐주고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사회가 이 사회를 더욱 분열시킨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만약 생활동반자법이나 가족구성권을 통해서 그동안 가족이 없던 사람에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긴다면, 저는 조금 더 나은 사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하나 들어드리고 싶은데요. 쪽방에 사는 어르신들이 계십니다. 대부분 사별이나 이혼을 한 분들인데요. 동성이든 이성이든 내가 옆집에 살던 사람이랑 가족이 되고 싶은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내 아랫집에 사는 사람이랑 애인이 되고 싶은 거예요. 서로 의지해서 살고 싶은데 지금은 결혼이라는 제도 외에는 다른 것이 없는 상황에서, 노년에 결혼을 새로 한다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에는 안 좋은 시선이 있으니 결혼을 못하는 겁니다. 만약 가족구성권을 통해서 생활동반자법이 생긴다면, 이를 통해 현행 제도 속에서 가족만 신청할 수 있는 임대주택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거죠. 이런 식으로 가족구성권을 통한 생활동반자법 제정과 기본소득을 통해서 지금 빈곤의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본소득과 함께 가야 한다 :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가족구성권, 차별금지법, 생활동반자법, 혼인평등

그래서 저는 기본소득이 같이 가려면 이런 것들이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지금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죠. 이 제도 때문에 복지 정책들이 제대로 작동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차별금지법과 생활동반자법, 혼인평등도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떤 나이에도 어떤 시기에도 나와 생활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과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런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모든 정책, 그리고 개인으로서 살 수 있는 사회, 개인도 얼마든지 사회 안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었을 때 이 기본소득이라는 열차가 같이 힘을 받아서 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끝) 

BIYN <기본소득으로 ‘가족’의 정상성 질문하기> 연재 

(0) 2020년 1월 28일, <라운드테이블: 기본소득으로 ‘가족’의 정상성 질문하기> 연재를 시작하며

(1) 2020년 2월 1일, 김혜미(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정상가족 바깥의 복지현장과 기본소득”

(2) 2020년 2월 8일, 전정례(은평주거복지센터), “기본소득과 월세살이” 

(3) 2020년 2월 15일, 김신아(BIYN 보스턴피플팀), “기본소득과 가족구성권”

(4) 2020년 2월 22일, 종합토론 및 마무리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창대했던 2019년 송년회

2019년 12월 27일, 서울 마포구의 ‘우리동네 나무그늘’에서 BIYN 회원 송년회를 가졌습니다. 연말이니 회원분들과 밥이나 한 끼 같이 먹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이 시작이었는데요, 의도치 않게 프로그램이 다섯 개나 되는 거대한 행사로 자라났다는 사실… 게다가 예상보다 회원분들이 많이 와주셨어요! 복닥복닥했던 송년회 스케치를 공유합니다.  

먼저 속을 든든히 채우고 시작해야겠죠? 식사와 간식은 모두 비건식으로 준비하였고, 식사 메뉴는 마나님 레시피의 된장비빔밥과 콩비지 완자였습니다. 

테이블 별로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마치고, 오각형 토크지를 통해 자기 소개를 했습니다. 수면 시간, 돌봄, 사회적 인정, 쓰레기 배출, 돈에 대한 걱정, 이렇게 다섯 가지 척도로 올 한 해, 혹은 최근의 생활을 돌아봤을 때 어떤 모양의 오각형이 나오는지 그려보고 나누었습니다. 어떤 삶을 지향하고, 어떤 성취가 있었는지 생각해보고 또 공유하는 시간이었는데요, 잠을 충분히 자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많아서 기뻤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어색함을 풀기 위한 퀴즈쇼가 이어졌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빨리 퀴즈를 풀어버린 우리 BIYN 회원님들… 이후에는 귀여운 비건펌킨케이크를 먹으며 2019년 BIYN 활동을 돌아보는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그리고 일 년 동안 작성해주신 활동 회고 중 공유하고 싶은 것들 것 혜원님이 정리해 들려주었습니다. 활동을 하며 느낀 점에서부터, 내년까지 갖고 가야할 고민들까지 골고루 담아주셨어요. BIYN이 활동회원 개개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회원분들과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내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송년회의 꽃 연말 시상식! 2019년에 자발적으로 BIYN의 활동에 참여해 단체가 굴러가도록, 그리고 더 멀리 나아가도록 활약해준 활동회원님들께 감사의 의미로 상장과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완주상에 김신아 회원, 그 대변인상에 김주온 회원, 빛나는 실무상에 라혜원 회원, 깨알찬 도움상에 박나리 회원, 연쇄흥행상에 박장미 회원, 최고바쁨에도불구상에 백희원 회원, 의외의출성왕상에 성이름 회원, 천재디자인상에 신인아 회원, 해결사상에 심승건회원,인싸아닌데인싸상에 이래은 회원, 최고의 출판인 상에 이승주 회원, 이것저것다하는총무상에 이여경 회원, 보기드문회원상에 임소희 회원, 초고속상에 최은 회원, 전설의 웹사이트 제작상에 한주연 회원, 부스터상에 허솔 회원(이상 가나다순) 그리고 단체 수립후 오랫동안 회계를 담당해준 스밀라 회원께 특별 감사장을 드렸습니다.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마지막으로 각자 익명의 수신자를 위해 쓴 연하장을 나눠갖는 릴레이 낭독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들 정성스럽게 따뜻한 말들을 써주셔서 새해를 살아나갈 힘을 든든히 채울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화기애애하고 북적북적한 송년회였지만 단체 사진 찍는 것을 깜빡하는 바람에 단체 사진은 없네요.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봅니다. 

BIYN 2019 송년회에 오셔서 온기 나눠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이날의 기억을 딛고 올 한 해도 즐겁게, 건강하게 살아나가길 기원합니다!

<라운드테이블: 기본소득으로 ‘가족’의 정상성 질문하기> 연재를 시작하며

2019년 11월 22-23일 서울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2019 한국 기본소득 포럼]이 열렸습니다. BIYN은 공동주최로 참여했고, 특히 둘째날인 23일 오후 <기본소득으로 ‘가족’의 정상성 질문하기>라는 제목의 라운드테이블을 기획하고 진행하였습니다. 그날의 발표와 토론 기록을 2월 한 달 동안 매주 1회씩 나누어 발행하고자 합니다. 그에 앞서 이 글에서 세션을 기획하게 된 배경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이 라운드테이블은 ‘한국 사회의 정상가족에 대한 페미니즘의 비판적 관점이 기본소득과 만났을 때 어떻게 확장될 수 있을까’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기획되었는데요. 가족의 정상성에 대한 질문이 젠더와 계급에 대한 문제를 아울러서, 사회의 역할을 제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저성장시대, 불안정 노동이 일상화된 한국 사회는 어떤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을까 질문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경제 활동이나 소득 획득, 보험, 돌봄, 부양, 이 모든 것이 가족을 단위로 이루어집니다. 가족이 거의 유일한 돌봄과 부양의 공동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한국 사회의 정상가족은 가부장 중심의 공동체로서 여성의 노동을 비가시화하고 여성의 주체성에 제약을 걸어 왔다는 큰 문제가 있습니다. 게다가 동성 커플, 성소수자 커플, 비성애적 동거 관계 등, 한국 사회에서 정의하는 가족에 포함되지 않는 다양한 공동체도 소외되어 왔습니다. 즉, 현재 한국사회의 가족 제도는 정상가족 규범을 바탕으로 해서 차별과 소외를 야기하고 있으며, 법 제도 역시 변화해 가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문제 의식을 가지게 됩니다. 

이는 경제적 불평등과도 연결되는데요. 개개인의 삶의 안정적인 토대를 마련해야하는 사회의 역할을 가족이 대신하고, 가족 중심으로 축적된 사유재산이 계급 불평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위공직자 자녀 특혜 문제라든지, 자조적인 수저론 역시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뿌리 깊은 계급 불평등에 대한 문제 상황을 보여줍니다. 

한편 저성장시대, 기후위기 시대에 불안정 노동이 일상화되면서 전통적인 생애주기 기획이 무의미해지는 상황도 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집 사고, 아이를 낳고 노후를 준비하는 등의 생애 과업을 착착 수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져 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누구와 같이, 혹은 혼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는 굉장히 막막합니다. 다들 치열하게 고민하지만 혼자 고민한다고 해서 답이 나올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개인에게 주어지는 조건 없는 현금소득, 즉 기본소득이 생긴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기본소득이 가부장제와 경제적 불평등을 뛰어넘을 발판이 될 수 있을까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정상가족 바깥의 다양한 실천과는 기본소득이 어떻게 관계될 수 있을까요? 굉장히 큰 질문들인데요. 그래서 이 논의의 물꼬를 터주실 세 분의 활동가를 모셨습니다. 가족이라는 화두를 경유하면서 각자의 현장에서 이어온 고민들이 무조건성, 개별성, 보편성을 특징으로 하는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와 만났을 때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을지 보려고 합니다.

이 날 발제를 해주신 세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에서 일하시는 김혜미 님, 정상가족 바깥의 복지 현장과 기본소득을 주제로 발표해주셨고, 은평주거복지센터에서 오신 전정례 님, 기본소득과 월세살이를 주제로 발표해주셨습니다. 끝으로 BIYN 보스턴피플 팀과 한국 성폭력상담소에서 활동하는 김신아 님이 기본소득과 가족구성권을 주제로 발표해주셨습니다.  

이번 라운드 테이블은 딱 떨어지는 답을 도출하기보다는 관련 질문을 풍성하게 모아보자는 취지로 기획되었습니다. 이 세 분의 이야기를 더 많은 분들께서 주의깊게 봐주시고, 함께 고민해보자고 제안 드리고 싶습니다. 
(글| BIYN 대변인을 맡고 있는 주온) 

연재 일정

(1) 2020년 2월 1일 김혜미(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정상가족 바깥의 복지현장과 기본소득”

(2) 2020년 2월 8일 전정례(은평주거복지센터), “기본소득과 월세살이” 

(3) 2020년 2월 15일 김신아(BIYN 보스턴피플팀), “기본소득과 가족구성권”

(4) 2020년 2월 22일 종합토론 및 마무리